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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기준 해피해킹 리뷰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본 해피해킹

해피해킹 키보드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봤고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쓰면서 느꼈던 장단점과 여러 디테일들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쓰는 모델은 2017년 생산된 해피해킹 프로페셔널 BT로 프로페셔널2에 BT 기능을 추가한 모델입니다. 개발 환경은 MacOS입니다.

변태 키보드

해피해킹은 변태 배열로 익히 알려진 키보드다.

이렇게 Control 키가 원래자리에는 없고 Caps Lock 키를 대신하는 자리에 있고 Caps Lock 키가 Tab 과 자리를 공유하는가 하면

\, |, Backtick, ~ 이 아주 자연스럽게 숫자 열에 있고 Backspace 는 온데 간데 없고 Delete 가 그 자리를 뻔뻔하게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향키는 어딨을까? Fn 키를 누르고 [, ;, ', / 키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정신 나간 배열을 보여준다.

이정도면 왜 변태 키보드인지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생각한다.

착쁜 가격

제일 인기 많은 모델인 프로페셔널 하이브리드 Type-S(저소음) 모델은 네이버 기준으로 배송비 포함 354,0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보여준다. 대중적인 키보드인 앱코의 무접점, 독거미 등이 10만원 대거나 그 아래인 걸 보면 정신 나간 가격이란 걸 알 수 있다.

과연 직구하면 쌀까?

해피해킹은 네이버에서 업자들을 통해 구입해도 되고 PFU 공식 홈페이지(링크) 에서 배대지를 끼고 (한국 직배송 불가) 구입할 수도 있다.

36,850엔 (한화 약 345,000원)이다. 배대지 이용료가 약 20,000원 정도 되고 150불 이상이라 관세까지 더하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네이버... 써야겠지?

키캡 성애자 차렷.

포인트 키캡의 경우 토프레 스위치에 호환되는 제품을 써도 되겠지만, 변태적인 배열로 인해 해피해킹 정품 키캡 사용이 매우 권장된다.

나도 이번에 무각 키캡이 써보고 싶어서 네이버로 키캡을 주문했다.

하나는 무각 키캡, 하나는 무각과 유각이 섞여있는 포인트 키캡이다.

절대 호구당한 게 아니다. 아니야.

내 키보드는 중고

난 군적금으로 인해 풍족해졌지만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해피해킹의 변태 배열에 적응할 겸 옛날 모델로 입문할 생각이었다.

일단 번개장터부터 뒤져보는데 17만원에 프로페셔널 BT 모델이 올라와 있어서 바로 샀다. 연식은 2017년 7월로 꽤 오래됐지만 옛날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과 다르게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HHKB 로고가 크게 박혀있는게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NO 저소음 '사지 않습니다'

원래 후보는 하이브리드 Type-S 모델이었다. 그러나 사지 않았다.

  1. 가격이 비싸다
  2. 가격이 비싸다
  3. 가격이 비싸다
  4. 해피해킹 특유의 초콜릿 부수는 타건감을 느껴보고 싶다
  5. 오리지널 해피해킹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사용기

언박싱

일단 박스를 보자 마자 느낀 건 "아... 이쁘다" 였다. 박스에 큼지막하게 붓글씨로 써 있는 BT가 되게 명품처럼 보이게 해줬다.

무각 키캡으로 바꾸는 중에 찍어봤다. 60개의 키로 이루어져 있는 그 변태 배열이 묘하게 이쁘긴 하다...

배터리

배터리는 요즘과 다르게 충전식이 아니라 이렇게 위에 AA 배터리 2개를 쓰는 방식이다. 충전을 자주 안해도 되고 배터리 떨어지면 그냥 갈아끼우면 돼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다.

소프트웨어 없음

내가쓰는 프로페셔널 BT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펌웨어를 유저가 깔지 않는다. 그 말은 키매핑이 지원되지 않는다. 만약 쓰다가 고장나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려면 배대지를 끼고 PFU 일본 본사에 직접 EMS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대신에 키보드 뒤에 있는 DIP 스위치로 각종 옵션을 조정한다.

1번과 2번이 Windows/Mac 전환, 3번이 DeleteBackspace로 대체하는 등의 옵션이 있다. 굉장히 아날로그하지만 소프트웨어로 다 조정하는 시대에서는 재미있는 방식이다.

옛날 모델의 단점

다시 한 번 쓰자면 내 키보드는 2017년 7월에 생산된 꽤 오래 된 모델이다. 쓰면서 느낀 단점들을 써보자면,

  1. BT 연결이 가끔씩 끊긴다 프로페셔널 BT는 BT 3.x 버전을 쓰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2.4GHz 대역과 가끔씩 충돌이 생기는 거 같았다. 그래서 한 2초 동안 갑자기 내가 입력하던 키가 누르지 않았는데도 쫘르륵 입력되는 일들이 있었다.

  2. 키 매핑이 안된다 키를 내 맘대로 커스텀 할 수 없는 게 좀 아쉬웠다. 그러나 MacOS 기준으로 Karabiner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3. 멀티페어링 지원이 안된다 여러 기기에 하나의 키보드를 물려서 쓸 수 있는 멀티 페어링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근데 어차피 나는 맥북에만 물려서 쓰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해피해킹이 좋은 이유

손에 잘 닿는 키 배열

방향키

처음에 제일 걱정했던 거는 방향키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였다. 근데 막상 써보니까 굉장히 쓰기 쉬웠다.

맥에서는 option 키를 누르면서 방향키를 움직이면 단어 단위로 이동하는데, 이걸 잘 이용하면 해피해킹에서는 엄지 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option 키가 있기 때문에 엄지로 option, 검지와 중지로 왼쪽 오른쪽 방향키, 소지로 Fn 키를 누르면 정말 편하다는 걸 느꼈다.

Backspace

해피해킹에는 Backspace 가 없다. 대신에 Delete 가 있는데, 이는 DIP 스위치의 3번을 켜면 Delete 키를 Backspace 로 대체할 수 있다.

Backspace 는 기존 일반 키보드의 \ 위치에 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쓰다보니 이 위치에 Backspace 가 없는 키보드를 쓰기 힘들었다. 나는 Backspace 를 약지로 누르는 편인데, 한 칸 아래로 내려왔다고 이게 굉장히 누르기 편해졌다.

Backtick

자바스크립트와 마크다운을 사용하다 보면 Backtick 을 사용할 일이 굉장히 많다. 템플릿 리터럴을 쓰거나 코드 블럭을 나타낼 때 말이다. 아직은 적응이 안되는 위치긴 한데 확실히 왼손에 의존 하던 거를 오른손이 가져가서 이제야 좀 왼손과 오른손의 균형이 맞는 기분이다.

깨우기

오래된 키보드인데도 깨우기 기능이 지원이 된다. 그래서 키보드 툭 치면 맥북은 알아서 켜지니 편하다.

마지막 옛날 토프레 키감

프로페셔널 BT는 하이브리드/클래식 버전 이전의 옛날 토프레 키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무선 HHKB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이브리드/클래식 부터는 해피해킹 특유의 도각거림과 구분감이 약해지고 키압이 조금 가벼워졌다는 말이 있어 잘 샀다고 생각했다.

MacOS 유저 추천 세팅

DIP 스위치

2, 3, 6번을 키는 걸 추천한다. Backspace 키를 되살릴 수 있고 깨우기 기능이 지원된다.

한영키

나는 Karabiner를 이용해서 한영키를 오른쪽 command 키에 두고 있다. 자세한 방법은 여기를 참고하시라.

마치며

처음에는 괴랄한 배열 때문에 구매를 굉장히 망설였는데, 직접 사서 써보니 해피해킹 배열이 아닌 키보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이 당신의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